나 뿐만 아니라 너도 기억해주길…

버스 안, 내 옆자리에 할머니 한분이 앉으셨다.
70세는 훌쩍 넘어보이는 할머니의 팔에는 검버섯이 앉아있었고
얼굴에는
나이수만큼의 깊은 주름과 엷은 주름들이 자리해있었다.

본적 없는 이 낯선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 아이가 기억할 우리엄마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이겠구나.’

짙은 쌍커풀이 있는 큰 눈,
여리여리하게 가느다란 팔과 다리.
탤런트 김혜선씨를 닮았다고 하면
“어우 얘는~”
하며 손사래를 치는 우리엄마.

여자여자하면서도
내 은사님이 “혹시 교장선생님 아니신가?” 물으실 정도로
강단있게 생긴 우리 엄마.

하지만 나중에 내 아이가 태어나
할머니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때면
우리엄마의 이렇게 예쁜 모습은
세월이라는 힘에 살짝 지워져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작은 다짐을 하나 했다.

한국에 있는 지금,
엄마와의 사진을 많이 찍어 두자고.
사진이 담을 수 있는것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우리 엄마가 이만큼 예쁘다는 사실을
나만이 아니라 내 아이도 기억했으면 한다.

caption: 아빠 유전자의 횡포(?!)로 인해 엄마의 큰 눈과 가느다란 다리는 내게서 발현되지 못했다. 아빠도 인정한다. 우리아빠 유전자가 잘못했다 ㅋㅋㅋ

쪼그라든 내 열정을 그들이 품어주었습니다

오케스트라에 참여한다는 것의 매력은 악보위에 적힌 2차원의 음악이 3차원으로 바뀌는 과정을 몸소 체험한다는 것이다.

뭐랄까… 음악이 켜켜이 쌓이는 느낌이랄까?

2017.07.08_cl_3_0s (1)

한국에 오기 한달전인 5월 초, 지영선배를 통해 알게된 대덕오케스트라에 지원하기 위해 오디션 영상을 만들면서 두려움이 앞섰다. 또다시 실패 할 것에 대한, 그래서 다시 내게 실망할 것에 대한 두려움. 2014년 가을이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실력에 주눅이 든 나는 Harvard Dudley Orchestra를 1년만 하고 중간에 그만 두었다. 무책임한 행동이였다. 하지만 공연때 민폐를 끼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었다.

그리고는 1년전 DC로 이사와서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았고, 심사하는 사람들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떤 나는 오디션장을 떠나기 무섭게 ‘불합격’을 직감했다. 그리고는 역시나 불합격통지를 받았다.

이런데도 대덕오케스트라에 지원한 이유는… 짧은 오케스트라 활동 중 느낀 ‘합주’의 묘미를 다시한번 맛보고 싶었다. 내가 동경하는 ‘클래식 연주자’들과 함께 한다는 그 황홀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DC 오디션에서의 부끄러운 연주로 인해 콩알에서 좁쌀크기로 더 작아진 자신감에 자극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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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보다는 열정을 높이 사주신 악장님 덕분일까? 그렇게 비전공자로서, 대덕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서, 2017년 7월 8일 대전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섰다.비올라 파트의 가장 뒤쪽. 관객석에 앉은 엄마 아빠가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자리에 있었지만 연주하는 내내 내게는 악장님, 수석님들, 전공 선생님들과 똑같은 조명이 떨어졌다.

함께해준 지영선배, 오케스트라 단원 선생님들, 장마비가 무섭게 내리는데에도 공연장을 찾아주신 은사님과 지인들께 감사한 시간이였다. 공연 팜플렛을 받자마자 자랑스레 내이름에 빨간펜으로 밑줄을 쭉 그은 우리 아빠와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였다.

연주회가 끝나고 오케스트라 연습이 없는 월요일 저녁. 이 허전한 마음에 욕심이 마구 채워진다. 다음번에는 비올라 단원 선생님들의 연주에 내 소리를 제대로 얹고 싶다는 욕심. 연주하면서도 지휘자님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하는 욕심. 더 따듯한, 좋은 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 그리고 앞으로도 무슨일이든 같은 열정을 품고 사는, 뜨거운 사람들과 가까이 하고픈 욕심.

무궁화호

IMG_2334무궁화호는 어릴적 ‘칙칙폭폭’에 어울리는 기차이다.

참 자주도 선다. 좀 간다 싶으면 다음역이란다. “우리 기차, 이번 역은…” 하고 시작하는 안내 방송이 마치 “서울 가는 이 하나 더 있응께 쪼매 돌아 가유. 다들 안바쁘제?” 하는 것 같다.

같이 탄 사람들 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다. 이미 신발을 좌석 앞쪽에 벗어 놓고는 긴 바지를 접어 올리셨다. “응, 막내야. 기차 잘 탔어. 걱정말어.” “긍께 잊지 말고 택배 잘 받아놔유.” 몸은 기차에 실었지만 마음은 집에 놓고 오셨다.

가방 속 iPad 와 Apple pencil 은 꺼낼 생각도 안했다. 대신 수첩에 연필로 끄적인다.

난 KTX 를 타는 여유보다 무궁화호를 타는 여유가 더 좋다.

 

Absence filling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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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taken by Kelvin Dongho Kim)

알록달록 채색을 잃어 흑백사진 한컷으로 변한 눈 온 세상.

색의 부재에도 눈이 앉은 풍경은 꽉 차있다. 운치있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눈이 올때의 그 고요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뭐 그리 요란하게 내릴 것 있냐며 비를 호되게 야단이라도 치듯 눈오는 소리는 참 조용하다.

마치 공기 속 소음 입자들을 쓰윽 닦아내며 내려오듯.

소음의 부재. 색의 부재.

없어서 더 꽉찬 풍경. 더 꽉차서 더 따듯한 시간.

 

 

Make it to break it again

Run to remember photo

1 hr 55 min 44 sec for 13.1 miles (or 21 km). An average pace of 8:50 per mile. My new half marathon record.

Last year when I finished the same race in 2:04:02, which was past the two hour mark, let alone far from my best record of 1:57:45 in 2013, my dad teased me by saying “Youngeun, I am afraid that you are getting old.” Dad, I still remember this!

In this year’s race, I proved him wrong and he was proud that I did 🙂

Happy Birthday to Me

“Maturity is the ability to live fully and equally in multiple contexts; most especially, the ability, despite our grief and losses, to courageously inhabit the past the present and the future all at once. The wisdom that comes from maturity is recognized through a disciplined refusal to choose between or isolate three powerful dynamics that form human identity: what has happened, what is happening now and what is about to occur… Maturity calls us to risk ourselves as much as immaturity, but for a bigger picture, a larger horizon; for a powerfully generous outward incarnation of our inward qualities and not for gains that make us smaller, even in the winning” (p 140 in Consolationsby David Whyte).

I happened to be in DC on my 30th birthday. I had a great time catching up with my old friends, volunteered at the US Science and Engineering Festival as a teacher and met with people to whom I want myself to be a good colleague and friend.

My past, present and future were there all at once.

Mulling over the inspirational quote above about maturity on my way back to Boston, I wondered how I could reconcile it with the phrase “live in the moment.” Maybe, enjoying the present moment does not mean that you become completely oblivious to the past and the future. In fact, it’s quite the opposite. The present moment is the product of the dynamic interaction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Thus, paying attention to the present means paying attention to both the past and the future. A person who is prisoned in the past—whether it is wretched or triumphant—or quixotic about the future only can never appreciate the living moment.

Today, my past 30 years greets my future. Happy birthday to me. Let’s be more mature, responsible, reliable, and stay adventurous!

DC trip

 

 

Brighter and wa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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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ourtesy of my friend Yaewon Lim)

It is by no means brighter than the dazzling light spewing out from tall buildings that readily overshadows the moonlight. It is by no means warmer than car headlights and street lights that require burning lots of fuels.

However, this candle light is the brightest and warmest because it is right here, next to me.

Here. With me. Now. Isn’t it all that matters?

(It is a rough translation of what I texted to Yaewon, who took and displayed the photo above. She replied, “Oh, Kaitlyn. No wonder you are a Ph.D.” Didn’t you know that “overthinking” is tagged on the Ph.D. diploma? He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