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잠실동 사람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먹는다. 이를테면 거울이 아니라 위장이다. 이 점을 간과할 때 오해가 발생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충실히 보여주는 위장이 좋은 위장이 아닌 것처럼, 당대적 현실의 세목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 꼭 좋은 소설인 것은 아니다… 좋은 소설은 늘 현실보다 더 과잉이거나 결핍이고 더 느리거나 빠르다. 좋은 소설에는 ‘현실 자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이 있다. 그래서 현실을 설명하는 2차 담론으로 완전히 환원되어 탕진되지 않는다. 그것이 소설의 깊이고, 그것이 소설의 ‘현실성’을 구성한다” (p24,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저).

IMG_2615“현실과의 긴장”을 기다렸는데 끝까지 “현실 자체”를 고수한 책, 잠실동 사람들.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과열된 사교육과 학벌주의가 이 소설의 중심에 있다. 소설 안에는 감정이 고조되는 소용돌이도, 소설을 관통하는 큰 이야기 줄기도 없다. 없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서로 얽혀있는, 아는 듯 알지 못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자기의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내가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 없다.

소설 마지막 챕터에 초등학생 지환이가 다친 비둘기를 집으로 데려온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한 어른 [과외 선생] 의 얼굴”을 쳐다보며 지환이는 “마치 자신이 커다란 어른이 되고 선생님이 작고 작은 어린아이가 된 느낌 (p438)”을 받는다. 지환이는 하나도 무서울 것 없는 것에 잔뜩 겁을 먹은 것이 어린아이라고 정의하나보다. 그래서 두려운게 없어지는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환이의 주변에는 하나같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 못할까봐 안절부절 겁을 내는, 타인에게 보내는 따스한 한마디조차 자기방어에서 나오는 겁쟁이 어른들만 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다친 비둘기를 안았을 때 그 따스함에 우와!하고 탄성을 지른 지환이가 제일 어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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