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뿐만 아니라 너도 기억해주길…

버스 안, 내 옆자리에 할머니 한분이 앉으셨다.
70세는 훌쩍 넘어보이는 할머니의 팔에는 검버섯이 앉아있었고
얼굴에는
나이수만큼의 깊은 주름과 엷은 주름들이 자리해있었다.

본적 없는 이 낯선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 아이가 기억할 우리엄마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이겠구나.’

짙은 쌍커풀이 있는 큰 눈,
여리여리하게 가느다란 팔과 다리.
탤런트 김혜선씨를 닮았다고 하면
“어우 얘는~”
하며 손사래를 치는 우리엄마.

여자여자하면서도
내 은사님이 “혹시 교장선생님 아니신가?” 물으실 정도로
강단있게 생긴 우리 엄마.

하지만 나중에 내 아이가 태어나
할머니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때면
우리엄마의 이렇게 예쁜 모습은
세월이라는 힘에 살짝 지워져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작은 다짐을 하나 했다.

한국에 있는 지금,
엄마와의 사진을 많이 찍어 두자고.
사진이 담을 수 있는것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우리 엄마가 이만큼 예쁘다는 사실을
나만이 아니라 내 아이도 기억했으면 한다.

caption: 아빠 유전자의 횡포(?!)로 인해 엄마의 큰 눈과 가느다란 다리는 내게서 발현되지 못했다. 아빠도 인정한다. 우리아빠 유전자가 잘못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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